봉녕지 2014년 23호 - page 34

성담 · 금강율학승가대학원 연구과정
대계 결계는 청정·화합 승가의 기본 조건
- 봉녕사 대계 결계 과정의 의의
지난 호에 ‘대중이 안락하게 머무는 도량’이란 제목으로 대계
大界
결계의 필요성에 대하여 언급했다. ‘대
계 결계’는 쉽게 말하면 사찰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경계를 정하는 것이다. 경계를 정하고 나면 그 안에
상주하고 있는 대중은 사찰의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누릴 수 있고, 규칙을 지켜야 하며 의무 또한 다해야
한다. 이때의 대중은 현전 승가를 의미하며 함께 포살하고 함께 갈마를 해야 한다. 보름마다 계를 설하는
포살을 함으로써 청정성을 유지할 수 있고, 사중의 모든 일을 갈마를 통해 처리함으로써 대중이 화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계를 정하는 결계를 하는 것은 청정하고 서로 화합하는 승가를 이루기 위
한 기본 조건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찰에서는 특히 수계산림이 있을 때 결계를 한다. 하지만 대계 결계를 정식으로 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율장을 근거로 하면 대중이 모여서 사는 곳이면 꼭 결계를 해야 한다.
우리 봉녕사에서는 이러한 결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부터 준비를 해왔다. 봉녕사 일주문에는 여
기부터가 '비구니 수행도량'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있고, 산에는 철조망으로 경계 표시가 되어 있다. 그래서
이전에 결계를 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하기도 했지만 전해오는 기록이 없어서 정식으로 결계를 하기로 했
다. 그러나 결계의식에 관한 자료가 국내에는 없어서 대만의 자료를 근거로 진행했다. 작년 가을부터 자료
들을 번역하고 본인 스님께 의뢰해서 감수를 받았다. 그리고 봉녕사 항공사진을 바탕으로 ‘대계구역 설치
도’를 작성했다.
대계 결계를 하려면 먼저 구역을 정해야 한다. 그래서 지난 10월에 율주스님, 주지스님, 율원장스님을 모
시고 사중의 소임자 스님과 도량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최근에 일주문과 사찰음식교육관인 금비라 주변
에 울타리가 세워지고 수로가 정비되어서 경계를 정하기가 쉬웠다. 경계의 네 모서리에는 표상을 세워야 하
는데, ‘동남각
東南角
’이 기준이 된다. 동남각은 법당의 부처님 왼쪽 편으로 한다. 그리고 시계방향으로 돌
아서 ‘서남각
西南角
’이 된다. 실제 방위와는 상관이 없다.
올해 첫째 철에 이러한 준비들을 마치고 둘째 철 개학공사에서 대중에게 공지했다. 그동안 표상과 대계표
는 나무로 예쁘게 만들어졌고, 세 명의 거사들이 하루 종일 걸려 단단하게 설치해 주었다. 그리고 대계구
역 설치도는 여러 번 수정작업을 한 끝에 완성했다.
드디어 5월 18일로 날짜를 잡고 도량의 어른스님과 소임자 스님들, 그리고 나머지 비구니 대중들이 아침
일찍 구역을 확인하기 위해 모였다. 결계하는 갈마를 할 때 대중 모두가 표상과 경계선들을 명확하게 떠
올릴 수 있어야 갈마법이 성취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진지한 모습으로 돌아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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