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녕지 2014년 23호 - page 27

예운도일 스님의 불화전 '발원'
전통불화를 그리는 도일 스님은 때론 소박하게 때론 장엄하게 손끝으로 부처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어릴 적
막연하게 그림을 좋아했던 스님은 출가 후 인도 성지순례 때 델리의 북쪽 하리드와라 데라둔 근처 티베트마
을 ‘디길링’에서 탕카
(티베트 불교회화)
를 만나면서 불화에 빠져들었다. 3~4개월 그곳에 머물면서 하루 종일 스
케치를 배웠던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터라 그 마음 그대로 화폭에 담아 보는 이들에게도 똑같이 행복을 느끼
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스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전시실 한 면을 가득 채운
영산회상도는 능엄주를 틀어놓고 기도하면서 1년여를 준비한 졸업작품이다. 이 그림이 스님의 수행을 내면 깊
이 이끌어주었다.
나른한 듯 자연스럽게 앉아 쉬고 있는 불보살님 모습을 보면 환희심이 서서히 차오른다. 이 수월관음도는 전
시 내내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손목에 걸린 긴 염주는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나오는 동
아줄처럼 고뇌의 늪인 현실에서 우리를 꺼내줄 반야 줄처럼 보이고, 버드나무 가지를 길게 드리운 불보살님의
손은 때 묻은 마음을 정화해주는 듯했다.
한 점이라도 흐트러진 마음으로는 선 하나 점 하나조차 찍을 수 없다. 스스로 붓을 손에서 놓을 때까지 신
명나게 그려보라는 도반스님의 격려처럼, 오직 한길을 걸을 수만 있다면 그 모든 것을 꿰뚫는 깨달음의 미학
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시대마다 모습이 달라져서 그렇지 불교미술은 현재의 우리가 과거의 문화를 이해하는 마음의 창이자 징검다
리이다. 그래서 예운도일 스님은 앞으로 이론과 실기를 겸한 온전하고 아름다운 불화로 심오한 부처님의 세
계를 알기 쉽게 전하고, 많은 스님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불교미술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그 길을 마련해 주
고 싶다고 한다.
예운도일 스님은 부산 반야사에서 출가해서 동국대 불교미술학과를
거쳐 동대학원에서 석사과정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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