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녕지 2014년 23호 - page 52

나는 아미타불 염불 행자
21년 전 법연이 있는 스님의 권유로 봉녕사를 다
니면서 10여 년은 그저 살기 바빠 1년에 두세 번
손님처럼 다녔다. 그러다가 우담화 합창단에 들어
가서 불교 공부를 시작했다. 신심 나게 기초교리
를 공부하고 중급반에 올라가서 아미타불 공부
도 했다. 금강율학승가대학원장이신 적연 스님의
지도를 받았는데, 매일 나무아미타불 만독
萬讀
불을 과제로 주셨다. 순수한 믿음으로 나름 열심
히 했는지, 어릴 때 철없이 죽인 뱀이 꿈에 나타나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몽중 가피를 경험했다.
이렇게 ‘간절히 기도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는 걸 알게 되면서, 봉녕사에서 하는 기도와 울력
에 모두 참여했다. 또한 백중에 자비도량참법 기
도를 하고 환희심이 나서 보살님 몇 분과 자비도
량참법 백일기도를 시작, 지금까지 6년째 집에서
매일 기도하고 있다. 자비도량참법 기도문에는 간
절한 귀의와, 참회, 굳건한 서원과 대자비의 회향이
있어 좋다. 열심히 기도하고 공부하면서 다른 일
로 번거롭게 사는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니 부처님
께 정말 감사하다.
이 도량을 권선해 주고 이십여 년을 도반처럼 불
법을 가르쳐주신 정안 스님, 화두 아닌 화두로 나
를 공부시키신 소림초당의 괴짜 성호 스님, 이 도
량에서 부처님 가르침으로 내 마음을 단비처럼 적
셔 주신 묘엄 큰스님 등, 그분들의 무량한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살아 계실 때는 언제까지 함
께할 것만 같았는데 어느 날 홀연히 아미타부처님
세계로 떠나시고 나니, 시간이 지날수록 그립고 또
그립다.
내게는 묘엄 큰스님과의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8년 전 봉녕사 스님들을 모시고 승만회와 우담화
합창단에서 인도 성지순례를 갔었다. 피난 열차 같
은 기차 안에서나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 길을 달
리는 낡고 좁은 버스 안에서나, 칠순을 넘긴 큰스
님은 정좌하신 모습 그대로 한 치도 흐트러짐이
없으셨다.
선혜 보살이 연등불이 지나가는 진흙탕 길에 자
신의 머리카락을 풀어 밟고 가게 했듯, 우리 스님
을 꼭 한 번 업어 드리고 싶어서 네팔 룸비니동산
에서 청을 드렸더니 흔쾌히 승낙하셨다. 태산 같은
스님을 깃털처럼 가볍게 업고는 부처님 탄생지 룸
비니 무우수 나무를 한 바퀴 돌아왔다. 아, 이보
다 큰 가피가 어디 있을까?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
도 가슴이 뭉클하다.
봉녕사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 모여 아미타회
를 만들고 부족한 내가 반장 소임을 맡았다. 나
이도 어리고 경험도 적지만 부지런히 배우고 익히
고 실천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리
라고 다짐했다.
법사 하연 스님의 지도로 신심과 원력이 깊은 보
살님들과 함께 병문안 기도, 시다림, 입관 후 성복
제 기도 봉사로 영가들이 광명의 빛을 따라 아미
타 극락세계에 왕생하시기를 간절히 기도 드린다.
이 기도가 영가만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성불의 길
이고 아미타부처님을 친견하는 길인 것도 알기에
항상 간절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일체중생을 아미타부처님 세계로 인도하
는 무외행
無畏行
봉사에 많은 불자님들이 동참하시
길 권청하며 제게 주신 큰스님의 유훈을 함께하고
자 한다.
“여실행 보살님! 저잣거리에서 부처의 삶을 빛내소
서!”
여실행 · 아미타회 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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