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녕지 2014년 23호 - page 54

나에게 강원이란
일우 . 1학년
많은 스님들이 출가자는 대학교보다는 강원에 가야한다고들 한다.
나 또한 강원이 절이기 때문에 의례와 의식을 배울 수 있고 위의를 갖
추어 나갈 수 있으니, 출가자로서 마땅히 강원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
각한다. 무엇보다 대중과 생활하면서 서로 탁마해 가며 모난 점을 둥
글게 다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살다 보면 서로 좋은 모습과 싫은 모습을 통해
불협화음도 나고, 나의 장단점을 볼 수 있어 고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성격이 점점 부드러워져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동시
에 자신의 마음을 더 잘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처음엔 말로만 듣던 상반 스님의 쓴소리가 은근히 걱정이 되었으나 겁
을 먹었던 것과는 달리 막상 겪어 보니 따뜻한 배려와 관심임을 알게
되어 정말 감사했다.
창불 연습을 할 때였다. 그냥 “저 스님은 목소리가 작아” 하며 지나
칠 수도 있을 터인데, 4학년 스님들이 바로 내 문제를 알아차리고 “입
을 크게 벌려야 목소리가 크게 나와요”라고 가르쳐주었다. 여지껏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입을 크게 벌리지 않아 목소리가 작게 나
왔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본사에서도 열심히 108배를 하고 배에 힘도 주면서 노력했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 항상 고민했는데, 창불 연습을 하면서 꽤 오랜 동안 혼
자서 찾으려던 내 문제점을 알게 된 것이다.
절에서 대중들과 생활하면서 옷 입는 법, 말 하는 법 등 동작 하나하
나까지 조금씩 변해 가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다른 사람의 잘못을 보는 눈은 정확하다고 한다. 담금
질을 많이 한 칼이 쓸모가 있는 것처럼 이렇게 나를 다듬으면 다듬을
수록 많이 아프기도 하겠지만 그 아픔이 의미가 있는 아픔임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바쁘게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서 출가의 본뜻과 내가 강원에 온 이
유가 무엇인지, 잘 살고 있는지, 궁극적으로 깨달음이라는 길을 향해
잘 가고 있는지 반성해본다. 또 나만 볼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을 주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부지런히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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