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녕지 2014년 23호 - page 47

금강경을 배우는 첫 시간에 강사스님이 수행일지를 써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경계든 스스로 점검해 보라는 숙제를 주셨
다. 그 중 강사스님이 추천해 주신 글들을 정리해서 싣는다.
은사스님의 공부 길
상욱 · 3학년
때때로 은사스님은 평소에 아침공양 후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 오늘도 공부의 길에 관해 설명해주셨다.
“먼저 참선을 해야 하는데 번뇌, 망상 경계가 오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끌려가거나
현혹되지 말고 그것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봐야 한다. 그럼으로써 내 안에 겸손함이 생기고 나를 포장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상대도 수용할 수 있다.
또 집착과 고통의 근본은 아상
我相
인데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저 주어진 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으로 정
이 쌓이면 지혜가 생겨 사람마다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경
공부를 잘해
야 하는데 그러려면 경과 내가 하나가 되어서 글을 머리로만 보지 말고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
면 내 의식에 저장되어 있다가 공부하는 도중에 그것들이 바탕이 되어 내가 나를 잘 끌어갈 수 있다.
참선만 하면 오히려 테두리에 갇힐 수 있지만 포교나 봉사를 함께 하면서 사람들을 접하면 나의 한계를
볼 수 있고 내 틀, 내 고정관념을 깨는 기회가 생긴다. 참선만 할 때보다 더 넓어지고 겸손해질 수 있다.
그러니 참선만 하지 말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일이든 내가 행복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 된다는 말씀에 반성을 많이 했다. 나만 편하
고자 했던 마음, 참선만 하고 싶었던 마음,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지 않은 마음들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강원으로
혜환 · 3학년
이제 곧 강원에 가는 날이다. 나지막이 사형님께 이제 곧 간다고 말씀드리자, “온다는 생각도 간다는 생
각도 하지 말고, 어디에 있든지 ‘내가 있는 자리가 곧 수행 처’라고 생각해라”라는 말씀을 해주신다.
어떤 자리에 있든 흔들림 없는 마음으로 수행해 나가겠다고 늘 다짐하지만, 막상 강원생활을 하다 보면,
나의 마음과 순간순간 챙겨보는 마음은, 어디 멀리 귀향 보내는 것 같다. 강원을 졸업하고도 하루하루의
삶을 후회되지 않게, 출가한 승려로서 부끄럽지 않게, 순간순간 값지게 살아가고 싶다.
이번엔 꼭 보람 있게 잘 정진하는 학기가 되기를 발원한다. 올라오는 생각을 다 근본자리에 일임하며 살
아가는 그런 수행자가 되어야지. 늘 돌아올 본사와 도량이 있고, 은사스님 아래로 많은 사형님과 사제들
이 있고, 법이 늘 공존하는 그곳이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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