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녕지 2014년 23호 - page 57

‘이만하면 SM이나 YG엔터테인먼트 제작자나 트레이너 수준!’이라며, 가수만 잘하면 된다고
너스레를 떨어본다. 고마운 이 스님들과 전생에 어떤 인연이었을까 생각해본다.
혹 나한테 빚진 이들인가? 웃음이 절로 난다.
‘다들 나의 색다른 도전을 아낌없이 격려해주고 자랑스럽게까지 생각해주니, 복 받은 겨 진산 스님!’ 하고,
용기를 내기 위해 맘속으로 크게 나 자신을 응원해본다.
최종 리허설 날, 쭈뼛거리며 앞으로 나가자 환하게 웃는 반 스님들의 얼굴이 보인다.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아! 마지막이다. 힘내라, 진산!)
이제 반야바라밀다주를 말~해줄게,
어떻게! 예~옙!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박수소리가 들리고, 모여 있던 스님들이 재밌게 잘 만들었다고 응원해 준다.
그 함성에 힘입어 왠지 살짝이 투정 어린 응석을 부려본다.
“안무도 제대로 안 만들어 주고, 다들 바쁘다고 안 도와주더라고요.”
그러자 어! 일우 스님이 눈을 흘긴다. 밤새 다운받아 줬는데 무슨 소리냐고! 자운 스님도, 정욱 스님도,
노스님인 나를 돌보느라 힘들었는데 왜 그러냐고! 승현 스님은 허~ 그냥 웃는다.
늦깎이로 출가한 나로서는 이번 염불대회 참가 경험이 스쳐 지나간 웃지 못할 일이지만 그래도
강원의 아련한 추억으로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 같다. 비록 받은 도움에 비해 내 노력이 형편없어
상을 타지는 못했지만 염불 연습에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배웠는지 조용히 생각해본다.
이번 대회를 통해 염불이란 소리가 좋아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염불하는 스님의 마음가짐이나 태도 등,
그 모든 걸 갖춰야 ‘부처님을 생각하는’ 좋은 염불임을 알게 되었다. 더불어 늦깎이인 내게 참 좋은
도반들을 만들어 주었고, 강원이 글만 배우는 곳이 아니라 인연을 만들어가는 곳임을 알게 해주었다.
강원 4년 동안 좋은 것은 더 좋게, 나쁜 것은 서로 서로 풀어가면서 평생 놓고 싶지 않은‘도반’이라는
이름으로 부처님을 향하는 이 길에 늘 함께 하고 싶다.
“봉녕사승가대학! 우리는 영원한 1등, 아자!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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