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녕지 2014년 23호 - page 9

신중탱화는 봉녕사 약사보전 불화 중 가장 아름답
고 뛰어난 작품이다. 고종 28년
(1891)
에 화승
畵僧
광조
가 그린 것으로 밝혀진 이 탱화에는 제석과 범천, 위
태천과 팔부신장, 용왕, 금강상 등 여러 신중들이 등
장한다. 신중은 부처나 보살보다 위계가 낮은 불법의
수호신이다. 인도의 신화와 종교에서 유래했지만 불교
에서 불법을 수호한 호법선신
護法善神
으로 받아들였다.
제석천은 고대 인도의 신 인드라가 벼락을 무기삼아
악마를 제압한, 신들의 제왕이었다. 범천은 인도의 창
조신 브라흐마였다. 제석과 범천은 조선시대 불화에서
여신이나 귀부인의 형상으로 표현되며 장수와 복을 주
는 일을 담당한다. 봉녕사 신중탱화에서는 그림 위쪽
에 쌍둥이 자매처럼 연꽃을 들고 서 있다.
그림 중앙에 갑옷을 입고 새 날개깃 투구를 쓰고 있
는 멋쟁이 신장은 위태천이다. 위태천 역시 인도 전투
의 신 스칸다가 불교에 ‘스카우트’ 된 경우다. 전투
의 신답게 항상 무기를 들고 서 있다. 스칸다 시절에
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모르지만 불교에 입단해서는 금
강저를 들었다. 금강저는 악마를 항복시키는 것은 기
본이고 마음의 번뇌까지 몰아낸다는 신비한 무기다.
조선 후기부터 신중탱화는 제석천, 범천, 위태천으로
구성된 ‘트로이카 체제’가 전형적인 형식으로 자리 잡
았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비결은
간단하다. 부처님은 워낙 높은 분이라 일반인들이 가
까이하기에는 너무 어렵고 멀게만 느껴진 반면, 신중님
들은 훨씬 더 친근하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겪는 갖
가지 재앙을 물리쳐 주고 중생들의 이런저런 소원도 쉽
게 들어 줄 수 있다. 그러니 큰 문제가 아니라면 부처
님한테까지 갈 필요 없이 신중님 선에서 해결될 수 있
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신중탱화는 약사보전에만 모셔진 게 아니다. 대적광
전에서도 발견된다. 대적광전에서는 위태천을 중심으로
양쪽에 제석과 범천이 협시불처럼 서 있다. 위태천의 인
기가 제석과 범천을 능가했다는 뜻이다. 위태천은 불
1. 봉녕사 약사여래후불탱화
2. 송광사 약사여래후불탱화
3. 봉녕사 신중탱화
(경기도유형문화재 제1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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