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녕지 2014년 23호 - page 7

(지난 호에 이어) 무상이란 그저 모든 것이 변해 가서 쓸쓸하고 슬프다거나 허무하다는 절망적인 감정
의 말이 아니라 우주의 역동적이고 강력한 작용, 유동적이라든지 때로는 격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파악한 단어라고 설명 드렸습니다.
그러면 무상의 개념을 실천으로 옮겨 우리 삶에서 꽃피우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첫째, 자기반성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더욱 멋있고 아름다운 삶으로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이 영원하다고 생각하고 또 영원하기를 바랍니다. 그 염원으로 오래 살아야 백 년 살
다가 죽을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모든 것에 집착하고, 탐심과 욕심을 일으켜 그것으로 인해 고통스러워
합니다. 재물이 손에 들어오면 절대로 나가지 않기를 원하고,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괴로워합니
다. 이것이 바로 괴고
壞苦
입니다.
이 변화의 원리는 물질만이 아니라 우리 마음까지도 변화함을 의미합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한번 들여
다보십시오. 자신의 마음은 일초일초 변하는 것을 알면서도 상대방의 마음은 자기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를 바랍니다. 자신은 불행이 행복으로 바뀌기를 바라면서도 상대가 바뀌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모순이지요. 그러기에 부처님은 중생들의 이러한 상태를 ‘전도몽상
顚倒夢想
’이라고 하셨습니다.
파도타기를 해보셨는지요. 파도의 원리를 알고 파도에 몸을 맡기면 정말 재미있고 멋지게 파도타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원리를 모르고 인위적인 행위를 하면 파도를 타기는커녕 물에 빠져 생명을
잃게 됩니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호흡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만이 내가 존재하는 삶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어떻
게 파도타기처럼 파도의 원리에 맡겨 아름답고 행복하게 사느냐! 아니면 파도를 붙잡고 늘어지면서 파도
야 높아지지 마라, 낮아지지 마라 애를 태우며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달라고 울고불고 하느냐에 달린 겁
니다. 파도가 밀려왔다 나가면 다시 밀려오는 파도를 타듯이 현재의 한순간 한순간을 마치 수를 한 땀
한 땀 놓듯이 살다 보면 마침내 명작 같은 아름다운 삶이 엮어질 것입니다.
어느 큰스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멋진 연극을 한바탕 하고 가라고요. 부처님은
중생의 행복을 무엇보다 먼저 염두에 두신 분입니다. 허상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끝없는 고통의 수렁에
빠지지 말고 무상의 원리를 알아 아름답고 재미있는 삶을 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둘째, 무상을 관
함으로써 집착과 교만심을 버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무상을 지각함으로써 우리는 부
와 지위와 명예가 언젠가는 상실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인생은 물거품과 같습니다. 그러나 불빛을 받
으면 보석처럼 황홀하게 빛납니다. 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꺼지기 전에 없어지기 전에 우리는 이 순간을
소중하게 포착해야 합니다.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므로 소중히 다루지 않으면 안 됩니다. 반면에 무상하기 때문에 변화, 발전할 가
능성도 있습니다. 모든 사물은 한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순간순간을 알차게 성불의
길로 연결해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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