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녕지 2014년 23호 - page 10

교의 경계를 넘어 무속화에서도 단연 인기 최고다. 그
덕분에 불교와 무속이 이웃사촌으로 오해받을 때도
허다하다.
신중님 못지않게 인기 있는 호법신은 현왕
現王
님이다.
현왕탱화는 현왕을 중심으로 명계
冥界
의 여러 존상들
을 그린 불화다. 현왕은 사람이 죽어서 3일 후에 받는
심판을 주재하는 명부의 왕 즉, 염라대왕이다. 세존에
게 수기
授記
를 받았으며 보현왕여래
普賢王如來
라고도 한
다. 현왕탱화는 시왕탱
十王幀
과 비슷하나 지옥 장면이
생략된다.
봉녕사 현왕탱화는 고종 15년
(1878)
화사 완선
完善
제작했는데, 중앙의 현왕을 중심으로 좌우에 판관, 녹
사 등이 크기를 달리해서 배치되어 있다. 인물을 표현
하는 기법이나 채색 등의 수준이 신중탱화에 비해 현저
하게 떨어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왕탱화의 인기는 여
전하다. 어느 집이고 죽은 사람 없는 집이 없기 때문이
다. 봉녕사 신중탱화와 현왕탱화는 경기도유형문화재
제152호로, 약사여래부처님보다 더 유명하다.
독성
獨聖
탱화는 스승 없이 혼자 깨달음을 얻은 성자
를 그린 탱화로, 흔히 나반존자를 모신다. 나반존자
는 석가모니부처님의 수기를 받아 남인도 천태산에 머
물면서 미륵부처님이 오실 때까지 모든 중생을 제도한
다고 알려져 있다. 나반존자는 석장
錫杖
이나 염주를 들
고 반석 위에 앉아 있는데, 주변에는 나무, 구름, 폭포
등이 등장한다. 나반존자가 앉은 장소가 천태산이라
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봉녕사 독성탱화에서도 나반존자는 큰 산을
배경으로 소나무 아래에서 염주를 돌리며 앉아
있다. 여기까지는 공식대로다. 구름이 높이 뜬
산봉우리 위로는 밝은 태양이 빛나고, 봉우리
사이로는 폭포수가 콸콸 쏟아진다. 이런 배경
은 왕의 상징으로 알려진 일월오봉도
日月五峰圖
의 도상을 차용한 것이다. 매화꽃이 핀 골짜기
에는 사슴과 학이 노닐고 거북, 영지 등이 등장
한다. 십장생도
十長生圖
에서 힌트를 얻었으리라.
10
4. 현왕탱화(경기도유형문화재 제152호)
5. 독성탱화
6. 산신탱화
7. 칠성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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