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녕지 2013년 10월 제 21호 - page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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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스님들은 우리 본마음을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고 중생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뭐라고 이름
지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 마음입니다. 그런데 중생들이 하도 모르니까 마음이라는 가명을 가지고 중
생들에게 일러준 겁니다. 앉고 먹고 육신을 움직이는 이것이 마음이라고 가르쳐주기 위해서 거짓 이름을
빌려가르쳐준겁니다.
내 본마음을 알려면 ‘나는 중생이다’라는 생각, 부처님 말씀 듣고 보니까 ‘내가 본래 부처다’라는 생각,
그런 생각은 아예 티끌만치라도 가져서는 안 되고 다만 화두를 들고 마음을 참구해 나가야 합니다. 부처
님말씀대로참구해나가는거지요.
그래서 ‘깨닫지 못했으니 중생이다’라는 생각에 눌러앉아도 안 됩니다. 그 모든 생각이 다 망상입
니다. 그런데 이것을 망상이라고 해서 떼버리려고 하는 그것까지도 역시 망상이고, 부처가 되려고 하는
것조차도망상입니다. 망상을떼려고하는생각, 화두를들지않고일으킨딴마음, 그것도망상입니다.
이치를 따라서 이리저리 따져보아도 망상만 더해갈 뿐이고 마음은 드러나지 못합니다. 마음은 잘 드
러나지가 않습니다.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분명히 움직이고 활동을 하지만 잡을 수도 없고 볼 수도 없고
빛깔도 없고 그렇습니다. 이 생각이 일어났다 꺼지고, 다시 저 생각이 일어나고, 이렇게 하는 것을 들끓
는생각이라고그럽니다. 물끓듯이끓는다는거지요.
그런데 그 끓는 생각을 억지로 참으려 하지 말고 마음을 턱 놓아버려 모든 잡념이 사라져버리면,
못 자던 잠도 잘 자게 되고 시끄럽던 머릿속도 조용해집니다. 이렇게 계속 공부해가면 망상은 차차로
없어지고이마음하나만남습니다. 조용하게쉬고있는그마음만남는다는말이지요.
그건눈을가려놓고눈이어디갔느냐고찾다가가린것을떼고나면눈이그대로있는것과같습니다.
온갖 번뇌 망상이 눈을 가렸기 때문입니다. 딴생각을 하고 있으면 앞에 귀중한 물건이 놓여 있어도 보이
지 않습니다. 생각이 딴 데 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앞에 가린 것을 떼고 나면 눈이 그대로 있는 것과
같습니다.
마음도 역시 모든 망상을 쉬어버리면 본마음이 나타나듯, 온갖 번뇌 망상이 우리의 눈을 가린 것이
므로 이 번뇌 망상만 없어지면 본래 한결같은 마음자리에 앉아 있는 것입니다. 한결같은 마음은 우주가
생기기 전이나 지금이나 이후에도 그대로입니다. 다만 우리가 괜히 마음 가운데 좋다 나쁘다 분별하기
때문에한결같지못한것이므로오직간택하지않으면그만인것입니다.
- 『신심명』 강의 중에서
향내음이 마치 아름다운 소리와 같다고 해서 ‘향성
香聲
’이라고 표현한다. 향내음을 맡는 것을 ‘문향
聞香
’, 즉 ‘향내음을
듣는다’라고표현하는것도같은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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